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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 치료 그 긴 여정 이야기 2

by sanmani 2024. 2. 22.

우리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이 유일한 활동이었던 나의 암흑기.

 

1. 귀국 후에 나의 몸상태, 정신상태는 처참했다.

 

귀국했을 당시 나의 몸상태는 주 3-4일 두통이 와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진통제를 달고 살았고 항상 어두운 방 안에서 드러누워 있었다.

 

유학까지 다녀온 딸이 갑작스럽게 한국에 귀국해서 돈도 벌지 않고

매일같이 아파서 방에 드러누워 있는 걸 본 부모님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싶다.

그때 나의 유일한 친구는 지금은 하늘나라에 간 우리 강아지였다.

매일 강아지를 돌보고 산책하는 시간이 내 유일한 기쁨이었고 

쓸모있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 두고 귀국해서 집에서 쉰다고 쉬어도 두통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나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수집하면서 원인을 알기 위해 두통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약 1년간 일기를 썼다.

 

2. 작성했던 두통일기 & 몸 상태 메모해 둔 것들

  • 11/10 심한 두통, 다리에 피 안 통하는 느낌
  • 11/16 심한 두통,구토, 다리 근육통, 피 안 통하는 느낌
  • 11/17 심한 두통, 울렁거림, 냉 있음
  • 11/18 두통, 발열,
  • 11/19 미세한 두통
  • 11/20 미세한 두통
  • 11/21 미세한 두통 있다 저녁 쯤 극심해짐. 헛구역질
  • 12/1 두통, 발열
  • 12/3 인후통(목감기)
  • 12/4 인후통(목감기), 두통, 생리시작, 시야이상(촛점 안맞고 흐릿, 반짝한 느낌) 1시간 가량 지속
  • 12/5 아침부터 미세두통 병원 갔다옴. 이틀 약먹음
  • 12/8 괜차늠. 가끔 오른쪽 머리 박동??이 느껴지는 정도. 살짝 불안하다가 맘.
  • 12/9 생리끝남 
  • 12/16 두통 페퍼민트 티 설사
  • 12/17 설사
  • 12/18 설사
  • 12/19 두통
  • 12/20 미세두통
  • 12/21 미세두통
  • 12/22 미세두통
  • 12/23 미세두통
  • 12/27 모닝두통
  • 1/26 두통
  • 2/2 두통, 다리근육통(피안통하는 느낌), 변비,자꾸 앉아만 있었더니 치열 악화됨.
  • 2/3 생리시작, 미세두통
  • 2/4 생리중에는 미세두통이나
  • 2/5 혈관박동 느끼거나.
  • 2/6 하루종일 설사.
  • 2/7 커피마셨더니 속쓰림. 생리거의 끝. 어깨뭉침 심해짐, 가스참
  • 2/9 두통...점심부터 속쓰림. 생리끝.
  • 2/11 머리가 쪼이는 느낌. 안압이 높아지는 느낌? 붓기가 덜 빠진 느낌..
  • 2/12 잠 잘못자서 목주변 근육이 아픔, 커피마시고 약간 무거운(누르는 듯한)두통
  • 2/16 심한 전신 근육통
  • 2/17 발열 두통
  • 3/3 다리 부음. 잠안옴.(산책 안해서 그런듯), 어깨뭉침
  • 3/4 생리시작, 
  • 3/5 두통, 오른쪽 다리 근육통
  • 3/19 다리 붓는 느낌
  • 3/20 극심두통, 새벽까지 구토 , 다리붓는 느낌, 어깨근육통
  • 3/21 아침까지 계속 두통 오후되니 좀 나아짐
  • 3/22 미세 두통, 근육통
  • 4/24 극심한 두통, 구토
  • 4/27 오른쪽 팔다리 저림, 
  • 4/28 오른쪽 팔다리 저림, 붓는 느낌 저녁되니 괜찮아 짐
  • 5/10 아침부터 극심한 두통, 구토, 배가 찌릿찌릿 
  • 5/14 생리 시작
  • 6/14 생리 시작 (부정출혈이 좀 심했음. 일주일 이상)
  • 6/24-26 두통. 25일은 좀 심하게 아프고 다음날 아침까지 아픔.
  • 7/12 주일 머리가 쪼이는느낌 
  • 7/13 머리 꿀렁꿀렁 울렁울렁
  • 7/18 죽음의 두통 구토 3번 아무것도 못함 최근 겪은 두통 중 최악 이었음.
  • 7/19 계속 두통 저녁되서야 좀 괜찮아 짐
  • 7/20 배가 자꾸아픔 가스참 설사함 소화가 잘 안됨 더부룩 속쓰림
  • 7/23. 머리가 무거움 무기력 약간의 두통
  • 7/24. 머리가 무거움 무기력 약간의 두통
  • 7/25  머리가 무거움... 오후부터 좀 두통. 
  • 8/2 경미한 두통. 약먹자 괜찮아졌으나 속쓰림. 많이 걸어 피곤
  • 8/3 배가 알싸한 느낌 근육통인지 생리통인지 모르겠음 설사 치킨먹음
  • 8/4 배가 계속알싸 설사 다리쪽 피가 잘안통하는 느낌 생리 한달 건너뜀
  • 8/6 생리시작
  • 8/13 생리 거의 끝, 아침부터 하루종일 중간정도 두통.. 약 2번 먹었는데 안 들음. (파란약은 안 듣는듯)
  • 9/14 생리시작
  • 9/15 두통
  • 9/16 두통, 설사
  • 9/17 설사
  • 9/18 설사, 생리끝
  • 11/15 생리 시작
  • 11/20 생리끝
  • 11/28 두통
  • 11/30 감정기복
  • 12/1 어깨뭉침, 두통, 감정기복
  • 12/5 두통
  • 12/13 어깨뭉침으로 인한 두통.
  • 12/18 생리 시작
  • 12/20 극심한 두통, 구토
  • 12/21 극심한 두통, 구토
  • 12/29 극심한 두통. 발열
  • 1/12 저녁에 두통시작
  • 1/20 생리시작 
  • 1/26 생리끝
  • 2/10 아침부터 전조 증상 시작, 극심한 두통 시작 
  • 2/20 두통
  • 2/21 극심 두통
  • 2/22 생리 시작 
  • 2/27 생리 끝, 아침에 일어났을 때 두통, 편두통 약 먹음
  • 2/28 아침에 일어났을 때 두통, 편두통 약 먹음
  • 2/29 점점 머리 아파짐. 저녁에 머리아파서 일반 두통약 먹음.
  • 3/1 아침에 머리아픔.  저녁되니 괜찮아짐
  • 3/24 생리시작, 두통 막사르트 머금
  • 3/25 두통 막살트 머금

 

3. 산부인과에서 치료 시작

두통 패턴을 분석해본 결과

주로 두통이 있을 땐 생리 시작 1주일 전, 생리시작, 생리 중, 생리끝날 무렵, 배란기

이렇게 생리주기과 강한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몸 안에 호르몬이 변화할 때 마다 내 몸은 적응을 못하고 머리가 아프곤 했다.

PMS 도 심했다. 감정기복, 근육통, 붓기 등의 증상이 심했다.

생리때만 되면 가족 중 누군가와 반드시 싸웠다.

자연스럽게 치료의 첫 시작은 산부인과가 되었다.

 

산부인과에 가서 증상을 이야기 하고 PMS와 두통예방을 위해 피임약인 야즈를 처방받았다.

나는 굉장히 예민 한 편이어서 약물등의 부작용과 효능등을 굉장히 민감하게 잘 느끼는 편인데

야즈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다.

야즈를 복용하기 시작하자 부정출혈이 시작되더니 한달 내내 생리대를 차고 있어야 했다.

두통은 전혀 차도가 없었다. 오히려 외부에서 호르몬제가 들어오자 몸이 당황하며

울렁거리기도 하고 뇌혈관이 팽창되는 것 같은 이상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야즈를 복용하면서 두달 내내 피를 흘리고 다니다가 도저히 사람 사는 것 같지 않아 야즈를 끊었다.

결과적으로 피임약은 부작용만 있었고 효과를 보지 못했다.

 

 

4. 신경외과에서 치료 시작

사실 두통이 있으면 기본적으로 신경외과에서 치료를 한다.

원래 전조증상이 없는 두통이었는데 귀국 후에 편두통이 심해지며 전조증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조증상 이후에 신경외과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때 원인불명이던 두통의 정확한 병명인 [편두통] 진단을 받게 되었다.

씨티, 엠알아이를 찍고 뇌병변이 없으면 편두통 진단을 내리게 되는데 이때 처음으로

트립탄 계열의 진통제를 처방 받았다.

 

그런데 트립탄 계열은 또 부작용이 심했다.
일단 두통이 시작되면 트립탄 계열이든 일반 시판 진통제든 잘 듣지 않았고,

두통이 시작되기 전에, 엇? 두통이 올것같은데? 싶은 레벨에서 진통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트립탄 계열을 복용하면 두통이 개선되기는 커녕 복용 후 두통이 더 심해졌고

혈관수축 작용의 부작용이었는지 뒷골이 서늘하게 당기거나 오싹오싹하는 느낌이 들 떄도 있었으며

팔다리가 조이거나 저리는 느낌이 심했고

극심한 두통과 함께 팔다리 까지 저리기 시작하면 참 공포가 따로 없었다.

 

 

5. 맞는 진통제를 찾아 헤매는 두통러의 여정

트립탄 계열을 복용하지 못하게 되어 시판약 중에서 이것저것 사서 인체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시중에 나온 거의 모든 종류의 진통제를 복용해 보았다.

그 중에서 가장 진통효과가 높았던건 녹십자에서 나왔던 마이드린이라는 약이었는데(광고 아님, 현재 단종됨.)

마이드린을 대량으로 사서 쟁여놓고 먹어도 워낙 두통이 잦아 금세 동이나기 일쑤였다.

 

마이드린은 아세트아미토펜 제제에 안정성분과 혈관수축성분이 같이 배합되어서

개인적으로 사용했던 진통제 중 가장 효과가 좋았다.

단 하나의 결정적인 단점은 냄새가 역하다는 거였는데 두통이 심해서 구토가 발생하면

약까지 같이 게워내는 경우가 있어서 그럴 때는 좀 괴로웠다.

 

일본병원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을 가장 고용량으로 처방받아도 500미리인데

시판약인 마이드린은 2알에 625미리의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들어있어서 진통효과가 좋았다.

함량이 높다고 다 좋은건 아니겠지만 워낙에 만성두통이어서 고용량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

 

그러다가 마이드린이 성분수급이 어려워서 2022년 단종되게 된다...

단종소식을 듣고 처음엔 매우.. 절망했지만

마이드린 단종이 나의 새로운 두통치료 여는 계기가 되었다.

 

 

6. 한약(漢方薬)에 정착하다.

마이드린이 단종되고 한동안은 평소에 쟁여둔 약으로 연명하며 살고있다가 

2022년에 처음 한의원에 가서 두통 한약을 먹게 되면서 신세계를 경험했다.

한약은 꽤나 나에게 잘 맞아서 두통빈도가 현저히 줄었고 두통강도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때 먹었던 한약은 [견통도담탕] 이라는 종류였다.

 

보통 양약이 잘 듣지 않는 심한 두통체질의 경우에 의외로 한방약이 잘 듣는 케이스가 있다고 들었는데

내가 바로 그 케이스였던 것이다. 한약을 먹으니 두통 빈도가 주 1회 이하로 줄었고, 체력도 조금 느는 등

몸상태가 점점 더 좋아져갔다.

하지만 한약은 가격이 사악했다.

 

1개월치 약이 35만원이었는데 효과를 생각해서는 값이 비싸도 계속 지어 먹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일본이 생활 터전인데 매번 한국에서 두통한약을 조제해서 조달받기도 어려운 상황이었고

매달 35만원을 언제까지 먹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고민을 하다가 한의사 선생님과 상의를 하기로 했다.

 

한의사 선생님께서는 일본에서 찾을 수 있는 한방약을 가르쳐주셨다.

[오수유탕] [오령산]

한의사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약은 2종류였지만

나는 오수유탕 하나로 시작했다.

이 오수유탕이 내 두통 인생의 분수령이 된다.

내 두통의 여정은 오수유탕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다.

(광고 아니고 약 파는거 아닙니다ㅠㅠ 오해하실까봐..) 

 

한국 한약은 생약을 달여 그때 그때 추출하는거라 신선하고 약효가 좋지만 가격이 비싼데

일본 한방은 시판으로 구할 수 있고 대기업에서 가루형태로 제조되어 나오는 형태라

보관하기도, 먹기도 편하고 가격 또한 한국 약값보다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었다.

 

일본 한방약은 처방받지 않고도 구입이 가능하고 처방을 받으면 보험이 적용이 되어서 더 저렴한데

한동안 나는 집 근처 내과에서 매달 처방받아서 한달 약값이 1200엔 전후 (만 2천원)로 지불하며 복용을 계속하였다.

 

또 PMS가 심했던 부분은 생리 일주일 전부터는 이노치노 하하(이것도 한방약이고 PMS완화를 위해 나온 시판약이다.)를

생리 끝날때까지 약 2주정도를 복용하면서 감정기복과 두통을 어느정도 컨트롤 할 수 있었다.

한방 약 덕분에 상당히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한약을 먹는 동안은 두통의 빈도가 확실히 줄었고

두통이 오더라도 진통제로 컨트롤 가능한 수준의 두통이되었다.

 

하지만 한약을 복용하지 않고 쉬면 다시 두통 빈도가 늘어나는게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약을 먹지 않고도 두통이 오지 않는 체질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여기서 또 여러가지를 공부하며 실험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