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DHD는 극복이 가능할까?
솔직한 나의 생각은
50%는 그렇고 50%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만 35세에 ADHD를 진단받았고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약물치료를 중단한 이후로 ADHD관련 약물은 복용하고 있지 않으면서
ADHD를 극복하려 발버둥치며 살아가고 있는 한 아이의 엄마다.
ADHD의 정확한 병명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이다.
장애. 발달장애의 한 부류이다.
귀가 들리지 않거나
다리가 하나 없어서 걷지 못하거나
하반신 마비와 같은 범주의 장애이다.
알 수 없는 모종의 이유로 뇌의 전두엽이 덜 발달했고
그로 인해서 각성이 안되거나 주의집중이 어렵거나 과잉행동을 하게 되는 장애이다.
장애는 극복하는 것일까?
장애는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장애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며
장애를 가지고도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설정하고 몸과 마음을 살피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2. 약물 없이 ADHD 증상들을 완화하려면
어떤 사람들은 ADHD 약물을 안경에 비유하곤 한다.
눈이 안 좋은 사람이 안경을 끼듯
ADHD인들도 약물이라는 안경을 껴서 조금이나마 현대사회를 스무즈 하게 살아갈 수 있게끔 노력한다.
중증 ADHD라면 반드시 약물치료와 인지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그런데 나 같은 그레이존 ADHD는 어떨까..?
약물이 맞지 않아 안경을 낄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안경이 없어도, 잘 보이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정해진 위치에 두고 안경이 있어야 만 갈 수 있는 곳을 피하고 있다.
처음 ADHD를 진단받고 자기 연민에 실컷 빠져 있다가
도움 될 것 하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의식적으로 생각을 자르려 노력한다.
3. 생각 자르기
ADHD는 생각이 많다.
아니..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가지를 뻗고 나아가는 생각들을 멈추지 못한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일 것 같다.
머릿속이 조용할 날이 없다.
늘 새로운 일이 떠오르지만 생각을 몸이 따라가지 못해서 오는 무력함에 매일 좌절한다.
머릿속에는 이미 완성된 원대한 도시의 조감도가 있는데
지금 내 손에는 망치 하나와 벽돌 하나 달랑 있을 뿐인 현실에 늘 괴롭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큰 사람들.
이상이 높디높아서 현실에서는 오히려 무기력한 게 ADHD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생각을 끊는 연습을 한다.
깊게 생각하고 파고들게 되면 부정적인 생각으로 흘러 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생각을 끊고 이 생각이 맞는지 아닌지, 혹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지를 빠르게 판단하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생각을 끊는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땅굴을 파고 들어가 우울함의 문턱에 서 있는 게 ADHD인이기 때문이다.
4. 경제활동은 재택근무로
나는 또 ADHD를 진단받고 출근해야 하는 모든 일을 그만두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과 교류하는 것을 즐거워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과 교류하면서 쓰는 에너지가 너무나 컸다.
보통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서 애썼고 혹시나 말실수를 할까 전전긍긍하며 인간관계를 맺었다.
그렇게 무리하다 보면 사람은 티가 나기 마련이고 상대방에게도 그것을 들키기 마련이다.
어느새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출근을 하지 않고 재택으로 일을 하니 사람들과 쓸데없이 부대끼며 쓰는 에너지가 줄었다.
물론 팀 단위로 돌아가는 일이고 돈을 버는 직장이기에 전혀 커뮤니케이션을 안 할 수 없지만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라면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았고 지금도 큰 문제없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5.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외주 주기
그리고 한정된 에너지를 꼭 필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ADHD는 에너지가 부족할 때 굉장히 무기력해진다.
미루고 미루고 발등에 불이 떨어질 때까지 미루다가 큰 사달이 난다.
외국에서 풀타임으로 일을 하며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고 있는 나는
늘 내가 해야 하는 모든 것들이 버거울 때가 많았다.
일은 똑같이 하는데 육아는 더 많이 해야 하고 가사도 늘 내 몫인 것이 괴로웠다.
그래서 체력과 에너지가 적은 나는 꼭 해야 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외주를 주었다.
요즘엔 새로 시작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한 끼 먹을 수 있는
냉동 도시락을 냉동실에 쟁여두었다.
장보고, 식자재 관리하고, 밥 차리고 치우는 일련의 과정을 잠시 외주를 주고 있다.
가장 싫어하는 설거지는 남편에게 외주를 주었다..!
6. ADHD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
좋든 싫든 나는 ADHD이고 그걸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아니라고 부정해도 나는 덜떨어진 사람이 될 뿐이고
ADHD를 핑계 대며 변명을 해 봐도 그저 다른 사람에게 피해나 주는 뻔뻔한 사람이 되고 만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
솔직히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좋아하거나 사랑하기 어려울 때가 많지만
나는 왜 이모양인가 매일 자책하며 땅굴 파고 들어가는 날들이 더 많지만
이런 나를 어여쁘게 바라봐 주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
이런 나를 괜찮다고 여겨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매일매일을 부족하기에 겸손하게 도움을 구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ADHD는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